보이지 않는 손

한재혁 / 2022-05-16 / 조회: 1,907

2020년의 봄, 우리의 마음을 출렁이게 했던 펜데믹의 시작은 화면 속  깊은 골짜기를 새겼다. 코스피는 당시 1,500선을 뚫고 내려가 바닥 밑에 지하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며 결국에는 1,457포인트를 역사에 기록했다. 곧이어 반등하며 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되었고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유동성을 확대하며 코스피 시장은 다시금 3,000포인트를 넘어갔다. 이때 쯤에 사람들 사이에는 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한국 주식시장의 대표 종목인 삼성 전자는 너도나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종목이 되었고 삼성 전자의 주주 수는 600만을 넘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로 인해 경제는 침체하고 있다는 뉴스가 한창인데 오히려 주가는 날개를 달고 저 높이 날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괴리는 어디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우리는 가끔 1년 전의 돈의 가치와 현재의 돈의 가치가 같다고 생각한다. 작년의 1,000원과 지금의 1,000원은 엄연히 그 가치가 다르고 그 이유는 물가가 변하기 때문이다. 물가는 경제학이 다루는 변수 중 상당히 중요한 편에 속하며 그렇기에 경제학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이다. 물가는 평균적인 물건들의 가격 정도로 이야기될 수 있다. 그런데, 이 개념은 너무나 모호해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잘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점을 악용해서 물가를 조작하는 작전 세력이 생겨나기도 한다.


인플레이션은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난다는 것은 물가가 변하고 화폐 가치가 변하게 된다. 화폐의 가치가 변한다는 것은 경제 생활 전반에 있어서 큰 혼란을 야기한다. 화폐 가치는 가치를 측정하는 척도이다. 그런데, 이 척도가 매일매일 바뀌는 것은 상당히 불행한 일이다. 때때로 길이의 척도가 바뀌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똑같은 길이가 오늘은 1cm인데 내일은 3m가 되면 오늘 나의 키가 1m 70cm였는 데 내일은 510m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오늘 잰 길이가 내일은 쓸모가 없어지고 다시 길이를 재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매일 척도가 바뀌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은 큰 불행이다. 그런데, 우리는 척도가 바뀌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이것은 더 큰 재앙이다. 우리가 이러한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동안 어떤 도둑들이 우리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그 방식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손에 의해 이루어진다.


국가는 국채를 발행해서 재원을 조달한다. 국채는 국가의 채권 즉, 국가의 빚으로 국가가 국민에게 지고 있는 빚이 일반적인 국채이다. 그런데, 국가는 의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도해서 국가의 빚을 줄여나갈 수 있다. 물가가 오르면 화폐의 실질적인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국가의 실질적인 빚이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만약 1,000원을 빌려주고 1,100원을 받기로 약속했다고 하자, 그런데 물가가 10배 올라서 이제는 1,100원이 예전의 110원과 가치가 같아지면 그것을 갚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물가 변화를 잘 모르기에, 국가는 이를 악용해서 빚을 줄여나갈 수 있다. 그러면 그 손실은 결국 국민들이 지게 된다. 이를 인플레이션 조세라고도 하는데, 명세서가 날라오지 않기에 국민 모르게 조세를 더 걷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의 주머니에서 은밀하게 국민의 재산을 가져간다. 그런데, 국민들이 이를 잘 눈치채지 못한다고 이를 악용해서 물가를 의도적으로 올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또, 물가의 상승은 너무나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그 원인 제공자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CPI는 전년 동월 대비 약 4% 증가했고 PPI는 약 8% 증가했다. 코로나로 인해 국가에서 풀어둔 유동성이 자산 시장에 집중이 되었던 2021년에서 이제는 우리의 장바구니로 옮겨와 이전과  물건들이 훨씬 무거운 느낌을 주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어제까지 사용되던 모든 척도가 폐기되고 다시금 만들어야 하는 문제와 함께 사람들이 이를 모르기에 생기는 시장의 혼란과 더불어 그 인플레이션이 의도된 것이라면 도덕적 문제까지 포함되어 시장에 영향을 시장경제는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경제 주체들을 기만하고 또 조종하는 그런 거대 집단은 시장경제를 저해한다.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사회가 혼란한 현재 우리의 주머니를 노리는 보이지 않는 손을 조심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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