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발언대] 사모펀드, 기업의 구원투수인가 기업사냥꾼인가?

안성진 / 2022-04-15 / 조회: 4,566       매일산업

한국 사회에서 사모펀드(PEF)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공격적인 지분인수를 통해 기업의 경영권에 관여하는 특유의 방식이 투자수익만을 위해 건실한 기업을 공격하는 ‘기업사냥꾼’의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또 표면적으로는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가치창출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음에도 PEF가 거쳐간 굵직한 기업들이 되려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사장되었다는 점 역시 PEF의 유효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 부분이다.


PEF 시장은 아직 완전한 성숙기에 접어들지 못했지만 지난 20년 동안 200배에 가까운 성장을 이뤄냈다. 그중에서도 경영 참여형에 해당하는 ‘바이아웃 PEF’는 전체 시장의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투자시장에서의 괄목할만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PEF는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 강화 면에서는 여전히 낮은 효과를 보여주었다.


투자자의 수익과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함에도, PEF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피투자기업의 내재가치 성장효과는 여전히 미미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의 PEF 시장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상향보다는 ‘재무성과 개선’을 통한 투자 안정성 확보에만 초점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기업의 재무 건전성만을 개선하는 전략은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성 제고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기업의 본질적인 내재가치 개선을 제한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경직된 시장 규제 역시 PEF의 내재가치 개선 효과를 제한하는 걸림돌 중 하나이다. 현행 규제는 투자형과 참여형으로 구분되는 PEF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확보 지분과 레버리지 한도에 대한 규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PEF 운용에 대한 비용부담이 증가되었고, 수익률 확보에 대한 부담 역시 늘어남에 따라 위험도가 큰 기업 성장성 개선과 수익성 개선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 것이다.


기업가치 제고라는 본질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단순 ‘바이아웃’에 편중된 PEF 시장이 다변화될 필요가 있다. 통상 투자기간이 5년에서 6년으로 제한된다는 점에서 바이아웃 중심 PEF 시장이 기업가치를 제고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M&A PEF나 소수지분 투자 PEF를 확대 운용하는 등 ‘바이아웃’에 편중된 시장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


투자행위의 운신을 제한하는 일률적인 규제 역시 완화되어야 한다. 현재의 규제는 운용사에 과도한 비용부담을 발생시켜 투자수익 창출의 기회를 상당 부분 제한하고 있다. 차입 한도를 확대하고 최소 확보 지분에 대한 기준을 완화 등을 통해 비용부담을 줄인다면 PEF의 기업 내재가치 상승효과 역시 자연스럽게 강화될 것이다.


PEF 시장은 지금까지 좋은 ‘투자수단’으로서는 잘 기능해왔지만, 기업가치 제고라는 본원적 역할은 온전히 실현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PEF 시장은 기업의 구원투수라기보다는 자기이익만 취하고 떠나는 기업 사냥꾼으로서의 영역에만 머무르는 한계를 보인다.


기관 투자자가 투자수익을 얻으면서도 기업의 구조조정과 부채 청산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투자 성과 사례가 이어질수록 PEF 자본에 대한 기업의 신뢰가 커져 PEF 시장도 성장할 수 있다. PEF 시장의 존재감이 강화되고 있는 요즘, 기업과 PEF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본질적 목표 달성을 위한 PEF의 자체적 노력과 함께 제도적 개선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안성진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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