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려 절받기의 "착한" 임대인

강승희 / 2021-12-20 / 조회: 2,062

2020년 유례없는 전 세계적 전염병,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시작되었다. 코로나19는 사람들 간의 교류를 막고 경제를 얼어붙게 했다. 특히 위축된 경제활동은 소상공인과 영세업자에게 큰 타격을 주었고, 국가는 이들의 부담을 줄여보고자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라는 대책을 발표했다.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란 소상공인 임차인에게 상가임대료를 인하해준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으로, 임대료 인하액의 최대 70%까지 임대인의 법인세 또는 소득세를 감면해주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임차인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까? 과연 이것이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일까?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부터 일각에서는 소상공인을 도와야 하는 국가가 임대인의 자발성에 기댄다는 비판이 있었다. 경제적 약자를 위해 사회적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하는 국가의 역할을 건물주라는 개인에게 넘긴 것이다. 또한 이런 ‘“착한” 임대인’이라는 정책의 시행을 통해 임대료 인하라는 부담과 인하하지 않았을 때의 따가운 사회적 화살을 국가가 아닌 개인이 받도록 만든 것이다.


물론 ‘착한 임대인 세액공제’는 코로나로 인해 둔화된 경제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도와 이 위기를 이겨낸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임차인은 감소한 수입 내에서 비교적 상가임대료가 감소해 부담을 덜 수 있고, 임대인은 기존의 임차인을 도와 계약을 유지하고 더불어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임차인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일까? 불경기는 모든 시장 주체들에게 영향을 준다. 임차인과 임대인에게도 그 정도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지만 모두 불경기의 입김을 피해갈 수는 없다. ‘착한 임대인’ 정책 덕분에 세입자는 어려운 시기에 부담이 되는 임대료를 저렴하게 지불할 수 있다. 결국 그만큼 건물주는 적은 임대 수입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는 임차인의 입장에서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수입이 줄어든 임대인은 손해를 막기 위해 장기적으로 건물의 유지, 보수 비용의 투입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임대인의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정말 임대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정책일까? 시장경제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수요, 소비자의 지불 의사 가격과 공급, 생산자의 판매 의사 가격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거래가 성사된다. 반면에 ‘착한 임대인’ 정책에서 임대인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인하액의 최대 70%에 해당하는 세액 감면 그리고 기존의 임차인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계약을 연장하지 못해 공실이 발생하는 경우에 대한 방지 정도이다. 임대인에게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기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정책일 뿐, 오히려 최소 인하액의 30%에 해당하는 손해를 입는, 경제적 이익은 전혀 없는 정책이다. 


더해서 정책의 이름에 들어간 “착한”이라는 단어도 시장경제적 시각에서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 시장경제에서는 개인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한 거래를 추구한다. 이런 경제에서 “착한”이라는 주관적인 요소는 오히려 시장경제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자본을 가진 개인에 대한 사회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임대료를 인하하지 않는 건물주는 “나쁜” 임대인인가? 실제로 2020년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지 않은 임대인에게 왜 우리 건물은 임대료를 면제, 인하해주지 않느냐고 세입자들이 항의해 갈등이 발생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임대인의 선의에 기댄 정책의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비추어지며 사회적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결국 강제 아닌 강제로 작용할 여지가 있는 정책은 함께 상생한다는 본질적 취지를 망가뜨릴 수 있다. 한쪽만 무거운 저울은 균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에서는 자본을 가진 이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이득을 사회에 환원할 의무가 있다고 외치며, 그들을 개인적 이득을 위해 시장을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결국 경제의 주체 중 일부일 뿐이다. ‘생산자는 가격을 제시하고, 지불 의사가 합치하는 소비자가 가격을 지불한다’라는 기본적인 시장경제의 규칙 아래에서 가격을 인하해주는 임대인을 “착한 임대인”으로 규정하고, 그렇지 않은 임대인을 비판한다. 이런 사회의 모습은 시장경제 균형을 해치며 장기적으로는 부담을 자본가가 아닌 이들에게 전가되도록 만든다. 주관적인 선의를 베풀도록 압박하는 사회가 시장경제의 원리에 의해 비균형 상태에서 균형 상태를 회복하는 원동력을 녹슬게 하는 것이다. 도교에서는 “차면 비고, 부풀면 줄어들고, 올라가면 내려온다. 파괴하려거든 끝까지 몰고 가고 보존하려거든 중용을 지켜라.”라는 말이 있다. 시장도 그렇다. 사회가 “착한”이라는 칭호를 부여하지 않아도 시장은 결국 모두에게 맞는 균형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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