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 초고령화를 이기는 국민연금개혁

김원식 / 2021-09-04 / 조회: 8,220

1. 국민연금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2020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4이면서  200조원이 들어간 출산율정책의 효과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 65세이상 고령인구는 2020년 820만6천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6.4%이다. 15세미만 유소년 인구는 13만6천명으로 줄어서 2010년 16.2%에서 12.3%로 감소했다. 앞으로 노인부양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인구도 사망자수가 생산자수를 넘어섰다. 이에 따른 가장 큰 위기는 국민연금의 위기에서 촉발될 것이다. 


5년마다 이루어지는 4차재정재계산에 따르면 2041년에 기금규모가 1778조원이 되었다가 2042년부터 연간 수지가 적자가 되면서 2057년에 기금이 소진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재의 국민연금 재정추계는 인구정책의 실패가 낳은 초저출산 초고령화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4차재정재계산의 합계출산율 가정은 2020년 1.24, 2030년 1.32, 그리고 이후는 1.38로 현재 보다 64%나 높은 출산율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위기는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2021년 8월 현재 국민연금기금은 900조원을 넘었다. 정부는 최근에 보인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 상승을 통해서 연금재정을 안정화시킨다는 명분으로 국민연금의 개혁의 시기를 지연시키고 있다. 그러나 수익률 제고는 사실상 ‘언 발에 오줌누기’식의 개선에 불과하고 기금의 고갈은 초고속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면 현재의 20대가 연금을 받게 될 2060년에는 부과방식의 보험료율이 26.8%가 되어야 하고 이후 고령화비율의 상승으로 지속적으로 인상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연금급여를 반 이상 못 받게 된다.


4차재정재계산에서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수익비는 1.8배이므로 가입자의 총납입보험료의 80%에 해당되는 금액은 근로자들이 세금으로 충당하던지 국채를 발행해서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노령연금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유족연금까지 포함하면 2.6배인 것으로 국민연금공단은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파산을 피하기 위해서 가입자들이 보험료 인상을 거부하면 급여는 3분의1로 줄여야 한다. 이는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겠으나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연금개혁이 빠르면 빠를수록 연금수급권은 줄어들 것이며 2053년에 생존할 현재의 청년 가입자들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연금수급권은 다시 태어나지 않은 다음세대로 넘기면서 기득권으로 보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수급권자들의 평균수명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므로 이들이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기간 동안이라도 보험료를 더 많이 내도록 하는 것이 그나마 사회적 합의를 쉽게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의 관리도 심각하다. 2042년부터 2057년까지 기금이 소진되면서 자본시장에 묶여있던 자금이 연금급여로 지급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본시장은 심각한 패닉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는 또한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금 상환을 억제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구가 감소하는 악성 고령사회에 있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 이러한 자금 공백을 메울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자금인출을 억제할 것이고, 수급자들은 자본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생계유지를 위하여 급여 수급보장을 요구할 것이다. 결국 우리사회는 경제를 살릴 것인가 혹은 고령수급자를 살릴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신속히 국민연금제도를 균형으로 이끌고 일정한 규모의 국민연금기금을 자본시장에 유치하는 제도 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 


2. 국민연금제도의 한계: 적자구조의 국민연금은 사회적 파산을 부른다


첫째, 연금제도가 구조적으로 적자재정을 낳도록 구성되었다. 수 차례의 연금개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수익비가 1.8배라는 것은 본인이 수급받는 연금 가운데 약 44%(=0.8/1.8)는 누군가 대신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최고소득 가입자도 수익비가 1보다 높다. 이는 소득이 높건 낮건 국민연금 수급자 모두 다음세대에게 부담을 통째로 넘기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기능은 살리되 수익비는 1배에 근접하도록 조정되어야 한다.   


둘째, 연금을 충실히 납부하더라도 노후에 다른 소득이 없는 노인들이 최저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기준 40%로 가정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는 559만명이고, 지급총액은 25조6500억원이었다. 1인당 평균 458.8만원을 수급받았다. 20년이 넘는 노령연금 수급자는 전체 수급자(559만명)의 18.8%로 이들의 평균 연금액은 월93만원이다. 1인기준 빈곤선 소득(중위소득의 50%)이 85만3천원이라고 가정하면 평균적 노인의 연금수급액은 최저생계비의 44.8%를 충당할 수 있는 금액이다. 국민연금의 낮은 수급액과 함께 현금소득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국가 가운데 최저수준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자산을 노후소득으로 간주할 경우 노인빈곤율은 상당폭 감소될 수는 있다고 하지만 이를 소득화 혹은 유동화하는 장치가 미비하다. 따라서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근로기간 동안 충분한 연금과 자산을 축적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한편, 주택연금을 노후소득 보장 장치로 도입하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적자일 가능성이 높아서 지속가능하지 않다. 첫째, 주택연금을 받다가 수급자가 일찍 사망하면 연금으로 지급하고 남은 잔금을 환급한다. 반면 수급자가 평균수명 이상으로 장수하면 보장된 급여를 계속주어야 하므로 운영주관인 주택금융공사는 손실을 입게 된다. 즉, 연금보험이 아니라 적자형 할부금(annuity)이다. 둘째, 주택연금의 대상이 되는 주택은 수급자 사망 후 노후화하여 가치가 현재보다 매우 낮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주택연금은 노인들이 거주주택을 매도함으로서 다음세대에게 주거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난 노인들이 넒은 집에 계속 살고 있으므로 젊은층에게 갈 주택공급을 줄이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법정인 퇴직연금의 연금화를 강화하고, 개인연금의 가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더 나아가 노후에도 일을 할 수 있도록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 즉,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그리고 노인일자리의 4층노후보장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고령사회의 부담은 고스란히 근로자계층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셋째, 국민연금 개혁이 지연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내고 얻은 계약이다. 따라서 권리다. 이 권리는 확정급여제도로 확정되어서 납입금을 지속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입자들은 급여는 사전에 확정되기 원하면서도 보험료의 조정에 대하여 정치적으로 적극 저항하게 된다. 문제는 개혁이 지연되면서 가입자들은 더욱 거세게 보험료 인상에 대하여 반대할 것이다. 따라서 일찍이 연금개혁을 서둘러야 하고, 개혁안에는 국민들에게 사회적 합의로 보험재정을 조정할 수 있는 자동안정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국민연금제도는 다른 제도와 달리 소득재분배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급여가 소득재분배급여와 소득비례급여로 나뉘어 1:1의 비중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의 평균수명이 인구학적으로 계층화되어 있어서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연금수급기간이 길다. 그리고 평균수명은 개인의 학력과도 상당한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가입자가 받는 연금수급 총액에 대한 형평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즉, 연금급여 산식과 급여 정책에서 소득재분배 요소를 더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국민연금기금이 투자대상에 대하여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를 중심으로 스튜어드십을 강요하고 있다. 주주권을 직접 행사하면서 지배구조 변경 및 사외이사를 직접 추천하는 등 민간의 기업 활동에 부담을 주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지배구조가 정부인사 중심으로 짜여 있어서 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를 더 보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사실상 국민연금기금의 지배구조가 더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국민연금기금이 본연의 투자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와 유사한 기금을 가지고 있는 일본, 캐나다의 공적연금은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3. 국민연금 이렇게 바뀌어야 지속될 수 있다 


첫째, 연금산식을 구조 조정해야 한다. 현재의 연금급여구조는 소득재분배급여와 소득비례급여로 나뉜다. 소득재분배급여는 가입자 평균소득에 의하여 결정되고, 소득비례급여는 가입자의 소득에 의하여 결정된다. 다른 가입자가 더 많은 소득을 얻으면 본인의 소득도 올라간다는 점에서 소득재분배적이다. 그러나 재원조달 측면에서 이는 재정손실의 요인이 된다. 따라서 소득재분배의 긍정적 측면을 고려하여 소득재분배급여로 인한 재정 부담은 정부가 책임지도록 한다. 즉, 소득재분배급여는 정부가 책임지는 부과방식으로, 소득비례급여는 적립방식으로 수익률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도록 한다.  


둘째, 평균수명 및 가입자 대비 수급자의 부양비 등에 따라 보험료가 자동적으로 조정되도록 한다. 이러한 자동안정장치(Built-in-Stabilizer)는 국민연금의 재정불안에 대한 가입자들의 불안을 줄이는 효과가 있고 국민연금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한다.   


셋째, 평균수명의 연장에 따라 연금수급연령을 늦추어야 한다. 평균수명이 80세라고 가정할 때 65세에서 지급하는 연금수급연령을 70세로 변경하면 연금수급 기간이 15년에서 10년으로 감축하는 것이 되어 지급액을 약 3분의 1을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자본소득이나 근로소득 등에 대하여 연금보험료를 연금수급 개시연령까지 계속 납부하도록 한다면 보험료수입도 늘어나서 재정이 개선되게 된다. 


연금수급연령의 연장은 50대에 은퇴하는 가입자들의 소득공백을 야기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체계적 연금포트폴리오의 구축없이 노후보장이 불가능하다고 본다면 일할 수 있는 노인들에 대한 일자리 대책을 강화하는 정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청년고용이 위축될 가능성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인구 감소, 더 나아가 근로자 감소의 상황이 이미 도래했다는 점에서 해소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청년실업의 문제는 사회경제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득권 노동계층의 경직적 노동시장 및 기업 규제의 강화에 따른 것이다. 청년실업을 구실로 해서 정년연장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규제를 풀어서 청년고용을 늘이고, 기득권 노동계층에 대하여는 연공서열 임금구조를 성과급제로 전환해서 고용을 연장시킬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곧, 근로자부족 사태가 온다.       


넷째,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에 통합하면서 급여공식에 반영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2007년 2차개혁시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낮추면서 연금급여의 감소를 보완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이다. 따라서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일부라고 보아야 한다. 단지 재원을 일반재정에서 충당하는 것이므로 기초연금의 재원을 국민연금에 이전시키는 것도 병행되어야 한다. 기초연금은 기여없이 세금으로 충당되므로 보험료를 납부함으로써 수급권을 보장받는 국민연금의 개혁과 성격이 다르다. 연금이 아니라 ‘노인수당’이다.   


다섯째, 국민연금기금의 지배구로를 개혁해야 한다. 국민연금제도와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은 관계가 전혀 없다. 따라서 국민연금기금법을 제정하고, 현재의 국민연금공단 산하의 연금기금운용본부 체제를 연금기금공사로 독립시켜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은 여러 장부에 의하여 적립된 것이다. 그러나 단 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의하여 기금은 단시일 내에 고갈의 위기에 당면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기금공단의 이사는 정부 인사를 완전히 배제하고 민간의 전문가로 선임하면서 전원 합의제로 운영되어야 한다. 


4. 국민연금개혁은 국정 최우선의 과제이다


국민연금은 국가재정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제도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국민연금의 불안은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과 밀접히 관련된다. 다른 제도와 달리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모든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근로가입자들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고, 수급가입자들은 자신들이 납부한 보험료의 원리합계 보다 더 큰 보상을 받기 원한다. 연금재정이 불안정해지면 근로가입자는 보험료를 더 내야 하고, 수급가입자들은 연금급여를 깎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항상 지켜보고 있는 제도여서 한 치의 누수도 있어서는 안 되는 제도이다. 따라서 선제적으로 연금재정을 안정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연금개혁은 상시 준비되어있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에 있어서 국민연금기금은 세계 10대 경제대국 자본시장의 핵심적 최대 자금원이다. 연금기금을 통한 직간접적 기업 통제는 연금국가주의로 이어져서 자본시장을 왜곡시키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이의 피해는 고용과 생산성을 낮추어서 근로가입자들의 기회를 박탈시키는 피해로 돌아갈 것이다. 이러한 근로가입자들의 위기는 연금 재정에 수입을 줄여서 수급가입자들의 연금수급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제도의 개혁은 가장 핵심적이고 최우선의 국가 과제여야 한다. 특히 초저출산, 초고령사회로 진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김원식 / 건국대학교 경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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