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선택할 자유를 주자

송정석 / 2021-09-01 / 조회: 8,307

교육은 모든 사람에게 중요하다. 중장년층에게 교육은 자신들의 자녀를 포함한 다음세대에 물려줄 유산이며 청년층에게 교육은 자신들의 미래를 위한 준비이다. 많은 경우 중장년 세대는 교육에 소요되는 재정을 지출하는 주체이며, 청년세대는 교육의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주체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로버트 배로우(Robert J. Barrow) 교수는 교육을 경제발전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았으며 한국은 그 대표적인 예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또한 하버드 대학의 알베르토 알레시나(Alberto Alesina) 교수 역시 교육은 그 자체로서 뿐만 아니라 문화와 제도가 경제발전에 미치는데 있어서 감안해야 할 중요한 조건임을 밝혔다.


이처럼 교육의 중요성은 개인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입장에서 부인하기 어렵지만, 교육 분야가 처한 현실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빠른 기술발전에 따라 정치, 사회, 경제는 급속히 변하고 있는데 비해 교육 시스템은 그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산업구조의 구조적 변화로 인해 고학력 인력이 바로 우수한 전문 인력을 의미하던 기존의 사고방식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게다가 최근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대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교육 분야는 또 하나의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     


교육 선택권 부여를 위한 대안


이러한 외부 환경 못지않게 오랫동안 지속된 교육 분야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둘러 싼 논쟁 또한 쉽지 않은 난제이다. 교육 분야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둘러 싼 여러 논쟁 중 하나는 바로 교육 선택권 이슈이다. 


교육 선택권은 사실상 학교 선택권의 문제이며, 학교 선택에 있어서 더 많은 선택권을 학부모 또는 학생에게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 선택권의 취지를 위해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와 일부 유럽 국가들은 다양한 형태의 교육 선택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교육 선택 방안의 주요 형태는 협약학교 (Charter school), 교육비 바우처 (School Voucher), 특성화학교 (Magnet School), 대안학교 (Alternative School), 재택교육 (Home Schooling) 등으로 구분된다. 


교육 선택권을 위한 이러한 대안들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고 본다. 첫째, 협약학교, 특성화학교, 대안학교 등과 같이 기존의 전통적인 학교와 다른 새로운 형태의 학교를 만듦으로써 학부모나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학교를 다양화하자는 것이다. 둘째, 교육비 바우처와 같이 학부모나 학생에게 교육비에 사용할 쿠폰을 주되, 본인들이 기존의 학교 중 선택한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첫 번째 유형의 교육 선택권 제고 방안, 즉 새로운 형태의 학교 설립과 관련하여 한국은 2002년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의 형태로 교육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후 정부의 교육 정책 방향이 크게 변하면서 일부 자율형 사립고 지정이 폐지되었고, 이에 반발한 해당 학교 측의 법적 대응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9년 정부는 2025년부터 자율형 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 등을 일반 고등학교로 전환할 방침임을 발표한 바 있다. 


새로운 개념: 교육비 바우처


이처럼 새로운 학교를 설립 및 운영하는 방안과 구분되는 것이 바로 앞서 언급한 교육비 바우처 방안이다. 교육비 바우처 방안은 밀턴 프리드만(Miton Friedman)의 저서 '선택할 자유’ (Free To Choose)에서 본격적으로 그 논의가 시작되었다. 프리드만에 따르면 학부모에게 교육비 바우처 형태의 일종의 쿠폰을 제공하고, 학부모는 해당 바우처를 본인들이 선택한 학교의 교육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교육비 바우처 반대론자들은 교육비 바우처를 사용할 경우 교육환경이 열악한 일부 공립학교들은 존폐의 위기에 놓이고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그나마 존재하던 교육 기회마저 위협받는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과 관련하여 덧붙이면, 그처럼 어려운 환경의 공립학교에서 그동안 견디고 지낸 학생들의 입장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의 공립학교를 그대로 두고 누군가가 그러한 학교를 계속 다니게 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 것이다. 


또한 프리드만의 '선택할 자유’에서 바우처 방안의 반대 의견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만약 바우처 표시 금액이 예컨대 2천 달러이고 추가로 학비가 5백 달러만큼 필요한 경우 초과분 5백 달러를 부담할 능력이 있는 부모는 학비가 2천5백 달러인 학교로 자녀를 전학시킬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부모의 경우 해당 학교로 자녀를 전학시킬 수 없다. 이러한 이유를 들어 교육비 바우처 반대론자들은 교육비 바우처가 오히려 교육의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 


하지만 이러한 반대 논리에 대한 필자의 반론은 다음과 같다. 위에서 언급한 간단한 예로 다시 돌아가서, 초과 부담 5백 달러를 부담하지 못해서 원하는 학교로 자녀를 전학 보내지 못하는 학부모가 존재하지만, 초과 부담 비용 6백 달러를 자비로 부담할 수 있는 학부모에게 2천 달러 바우처는 1백 달러의 부담을 줄여 주는 효과가 분명히 존재한다. 만약 2천 달러 바우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비로 6백 달러를 부담할 수 있는 학부모조차 선택권을 갖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결국 상대적 평등과 절대적 기회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학부모가 자녀를 더 좋은 학교로 전학 보낼 수 없을 바에는 모두 현재의 학교에 자녀를 계속 다니게 할 것인지, 아니면 교육 바우처를 이용해 일부 학부모들에게라도 선택할 자유를 줄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프리드만은 교육구나 학군에 따라 공립학교 수준이 이질적인 경우 낙후된 공립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배려하는 것이 교육비 바우처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라고 주장하면서, 고소득층 학부모의 경우 어떤 교육 시스템 하에서도 자녀를 원하는 학교로 전학시키는 교육의 선택이 있기 때문에 교육비 바우처와 연관성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대도시 빈곤층이 거주하는 지역의 공립학교의 경우 어느 정도 교육비 부담을 줄여주면 자녀를 더 좋은 환경의 공립학교나 사립학교로 전학시키려는 부모에게 교육비 바우처는 최소한 '어느 정도’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프리드만의 주장이다. 


교육비 바우처 제공은 왜 필요한가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비 바우처에 대한 회의적 의견 중 하나로, 교육비 바우처 제도가 학생들의 학업 성과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기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도 몇 가지 반론이 가능하다. 


첫째, 통계적 유의성은 객관적 견해를 뒷받침하는 증거이다. 하지만, 정책이란 주관적, 규범적 정당성에 비추어 고려할 필요가 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할 만큼 바우처 제도의 성적 향상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극소수의 학생들이라도 교육비 바우처 제도의 혜택으로 본인이 원하는 학교로 옮기고 나서 성적이 오른다면 이는 '정책적으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교육비 바우처는 프리드만의 저서 '선택할 자유’의 책 제목처럼 선택의 자유를 교육 분야에도 더 많이 제공하자는 데 그 취지가 있으며, 선택의 자유가 성과, 특히 우수한 학업성적의 보장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프리드만이 보기에 중요한 것은 선택의 자유와 기회의 제공이지 결과가 보장되는 지 여부는 아닐 것이다. 


셋째, 교육의 성과를 학업 성적만으로 측정하는 것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프리드만은 '선택할 자유’에서 미국 대도시 일부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공립학교는 예산의 상당 부분이 파손된 기물 수리 등 교육과 무관하게 지출된다고 밝혔다. 그러한 학교로부터 어떤 학생이 교육비 바우처 덕택에 좀 더 교육환경이 더 좋은 학교로 전학을 갔다면, 해당 학생의 성적 향상과 무관하게 교육비 바우쳐는 사회적 후생을 증대시켰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의 경우 교육비 바우처 제도를 입안하고 있는 주는 17개 주이다. 앞서 언급한 교육 선택권 제고 방안 중 교육비 바우처를 제외한 나머지 방안들은 기존 학교와 다른 새로운 형태의 학교를 설립, 운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안은 한국 현실에 비춰볼 때 학교 설립이나 인가 등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제도적 절차적 과정이 불가피하며, 학교 건물 건축이나 교사 모집 등을 고려할 때 시간과 노력이 수반될 것이다.


학교 설립을 위한 물리적, 재정적, 인원 확보보다 더 쟁점이 되는 것은 학생 선발 문제이다. 한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입학이나 입시는 교육 분야에서 늘 민감한 사안이다. 만약 새로운 형태의 특정 학교에 지원자나 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늘어날 경우 성적이나 여러 가지 선발 기준들에 의하여 학생을 선발하게 되며 이는 또 하나의 입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처럼 기존 학교의 대안으로 설립된 새로운 학교 설립 관련 이슈들을 감안할 때, 교육비 바우처는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학교들을 놓고 학부모와 학생으로 자유로운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정책 제안: 교육비 바우처 제도를 확대하자


현재 한국의 경우 교육비 바우처 제도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저소득층 유아 교육 프로그램, 평생교육 프로그램 등에서 활용하고 있다. 그 중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의 바우처 제도는 농어촌 지역에서 실행되고 있으며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차상위 대상자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이는 미국 대도시 일부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학생들이 교육비 바우처 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프리드만의 의견과 일맥 상통한다. 


이제, 우리는 교육 혜택의 극대화를 다시한번 돌아볼 때라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는데 여기서 멈추는 것은 극대화가 아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바에야 차라리 모두 현 상태에서 머무르는 것은 극대화가 아니다. 또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아질 때, 모두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누군가는 지금보다 개선된 상황을 선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프리드만이 1980년 '선택의 자유’를 집필한 지 40년 이상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는 교육비 바우처라는 그 저서의 한 아이디어를 실행하는데 여전히 신중하다. 그만큼 우리는 교육에 대하여 신중해야 한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교육에 대하여 내린 결정은 지난 40년보다 훨씬 긴 시간동안 앞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그 긴 시간동안 교육 선택의 자유를 위한 고민과 노력을 한 순간도 멈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선택할 자유는 있지만, 그 누구도 타인의 선택할 자유를 금지할 자유는 없음을 교육 선택 논의와 관련하여 다시 떠올리게 된다. 


<참고문헌>

Barrow, R. J. (2001). Education and economic growth. The contribution of human and social capital to sustained economic growth and well-being, 79, 13-41.

Alesina, A., & Giuliano, P. (2015). Culture and institutions. Journal of Economic Literature, 53(4), 898-944.

김경근. (2002). 학교선택제와 교육평등. Korean Journal of Sociology of Education 제12권 제3호, 2002, pp.1-23.

유성상. (2006). 미국: 교육 바우처 제도. 교육정책포럼 제129호. 2006.05.18. pp. 19-21

"Types of School Choice". ed CHOICE. last modified June 28, 2021. accessed Aug 31, 2021, https://www.edchoice.org/school-choice/types-of-school-choice/

최성은, 최석준. (2007). '바우처 제도의 효과제고를 위한 평가방안’. 연구보고서 2007-22-6.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7.


송정석 /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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