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그 달콤한 환상: <왜 결정은 국가가 하는데 가난은 나의 몫인가>

오유란 / 2021-02-05 / 조회: 1,640

독후감을 시작하기 앞서, 먼저 하나 고백할 것이 있다. 우연히 이 공모전을 접하게 되기 전까지는 나 역시 ‘사회주의’ 가 무엇인지, 또 아무리 봐도 사회주의가 발붙일 틈이 없어 보이는 현재의 자유주의 체제에 살고 있는 우리는 대체 왜 이를 알아야 하는 것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수많은 대학생 중의 한 명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책을 읽고 채 1장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전혀 그럴거라고 기대하지 못했지만) 이 책만큼 내가 평소에 갖던 의문을 멀끔하게 해소할 수 있는 책이 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 깨달음이 진심 되지 못했다면 이렇게 글을 쓰게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정치, 경제, 그리고 역사. 이 셋은 상호 불가분의 관계로 세계를 단단히 떠받치는 기둥이다. 하루 하루 눈 앞에 닥친 엄청난 정보량을 흡수하는 데에만 급급했던 24살의 의과대학 학생이 처음으로 이를 피부를 느낀 것이 바로 ‘공공 의대/의대 정원 확대’에 관한 이슈가 불거졌을 때였다. 이 정책이 옳으냐 아니냐를 따지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정부가 제안한 수많은 복지 정책 중 하나를 예시로 드는데 이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 사건이 더 생각나지 않기 때문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 


첫 번째는 프레임의 문제다. 그 당시 여론전을 살펴보면 공공의대 및 의대 정원 확대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소위 ‘공익’을 우선시하는 ‘착한’ 사람들, 이에 반대하는 소위 ‘기득권층’은 밥그릇 싸움에 눈이 먼 ‘나쁜’ 사람들로 굳혀진 듯 했다. 또한 이는 무적의 논리이기도 하다. 이 정책의 효용성을 비판하는 그 어떤 지적에도 그저 ‘밥그릇 싸움!’ 이라고 답하면 그만인 문제가 되어버렸으므로. 여기서 나는 사회주의의 어두운 면을 일견 엿볼 수 있었다. 명백히 자본주의 사회인 한국에서 ‘밥그릇 싸움’ 이라는 단어가 절대적인 비난이 되는 이 상황을 짚고 넘어가 보자. 밥그릇 싸움이 그렇게 나쁘다면, 어느 정도선까지 양보해야 이 정책을 비난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즉, 의사들이 본인의 수입을 어디까지 포기해야 정책에 대한 의견과 주장이 ‘공익’을 위한 것이 되는 걸까? 또한 그 정도와 기준은 누가 정할 수 있는가? 결국 이렇게 바닥까지 긁어내려가 보면, 이러한 평등주의의 추진력을 발휘하는데 필수적인 연료, 시기와 탐욕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병폐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이러한 ‘시기와 탐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심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필연적으로, 저항할 수 없이 너무나 당연하게도, 불완전하고 다양성을 지니는 존재다. 사회주의를 꿈꾸는 이상주의자들이 품은 환상대로 진실로 공익만이 중요할 뿐 그 어떤 것도 욕망하지 않는 유니콘 같은 존재가 혹시 있다손 치더라도 복제 인간처럼 찍어내는게 아닌 이상 그와는 전혀 다른 사람 역시(아마 훨씬 더 높은 비율로)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사회주의의 이념을 이루기 위해 아무리 예쁜 포장지인 ‘공익’으로 부의 재분배라는 과업에 깔린 추악한 면을 포장한들,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그것 역시 절대적 소수의 특권층을 위한 사익에 불과하다. 또한 역사가 이제껏 수많은 일화를 통해 우리에게 증명하듯이, 피와 죽음, 폭정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역사가 처음부터 날것 그대로를 전시하고 모두를 삼킨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확히 반대다. ‘모두를 위해서’라는 프레임 아래 천천히 스며들은 사상이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역사의 경고를 통해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두 번째, 어떤 정책이든 간에 ‘공짜’는 없다. 나라에서 추진하는, 이해관계가 얽힌 수많은 정책들에 대해서 우리는 그것이 유료임을 간과한다. 이를 이 책에서는 ‘눈먼 나랏돈의 환상’이라는 소제목으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국가에서 특혜와 혜택을 남발하다 보면 사람들은 그것이 정말로 공짜인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에서도 분명히 지적하고 있듯이, 자신의 힘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을 거대한 힘인 정부를 통해 얻어내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이 혜택이 불합리하다는 반증이다. 또한 이런 환상은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의 주머니에 손을 대는 것이 ‘공익을 위해서라면 당연하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사회주의의 병폐로 우리를 이끈다. 


‘의사는 공공재’ 라고 주장했던 모 국회의원의 발언과, 이에 동조한 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우리는 얼핏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의대 졸업 6년에 드는 부담스러운 학비를 오롯이 감당하고 10년 넘는 세월을 공부에 매달려 의사 면허를 얻어냈다 하더라도 그저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는 이유로 공공재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공산주의의 개념에 지나치게 무지한 탓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사회주의를 공부해야 하고, 이를 통해 진실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뜬금없게도 머릿속을 맴도는 소설 속 한 구절로 감상을 마무리하려 한다. “황금! 이 더러운 황금! 우리는 그것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지요.” 맞다! 물질과 풍요의 세계에서 우리는 절대로 돈 없이 살아갈 수가 없다. 이것만큼은 사회주의자든, 반 사회주의자든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만고 불변의 진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우리에게 주어진 다음 과제는 이 변덕스러운 동반자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어떻게 이를 유용하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그리고 분명 이 책은 나에게 그 답을 보여주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러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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