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속의 부동산 문제

김정호 / 2020-12-15 / 조회: 9,920


김정호_2020-41.pdf


그야말로 부동산 대란입니다. 2019년까지만 해도 고가주택 위주로 값이 올랐는데 이제는 중저가 주택까지 들썩이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무모한 주택정책 때문에 빚어진 일입니다.


사실 한국의 경제상황을 보면 주택 가격은 서서히 낮아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특히 큰 주택이 필요한 젊은 층의 인구가 줄어듭니다. 경제성장률 역시 추락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수요도 크게 늘지 않는 것이 상식입니다. 공급만 정상적으로 뒷받침된다면 값도 서서히 낮아졌을 겁니다. 일본을 보면 그 사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주택 가격은 고령화, 저성장 추세와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고성장기에 들어선 것 마냥 오릅니다. 많이 풀린 통화량도 주택 가격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주택정책이 더 큰 원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를 찬찬히 살펴보죠.


첫째, 다주택자를 범죄자 취급한 결과 소위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 한 채의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가 폭증한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으로 보유합니다. 이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수십년 이상 변하지 않고 지속돼 온 한국인의 행동 방식입니다. 다른 간섭이 없다면 그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여러가지 방식으로 구성할 것입니다. 주택+상가, 자가점유주택+임대주택, 고가의 1주택 등 여러가지의 구성방식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여론은 자가점유 주택 이외의 부동산 보유를 부동산 투기라 부르며 적대시해왔고 이번 정부에서는 그 정도가 극에 달했습니다. 다주택자에 대해서 종합부동산세의 세율을 6%로 올린다는데 그런 보유세를 몇 년 내고 나면 원본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고위 공직자가 되려면 거주용 주택 이외의 것은 팔아야 하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이제 다주택은 엄두를 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부동산 포트폴리오 중 고가의 한 채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지 않을 수 없지요. 그게 바로 똘똘한 한 채 현상입니다.


고가주택에 대한 수요는 느는데, 공급 측면에서는 고가 주택 건축이 억제되어 왔습니다. 신규 택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공택지에서는 고가 주택의 건축이 거의 금기시됩니다. 기존 주거지의 재건축도 극심하게 규제됩니다. 그러다보니 고가 주택의 공급은 막혀 버렸습니다. 수요는 폭증하는데 공급은 막혔으니 값이 폭등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고가주택일수록 값이 더 많이 오릅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는 중저가 주택까지도 가격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임대차 규제 때문입니다.


이제 임대차 시장에 대해서 알아보죠. 임대차 시장에서는 임대차 3법이라는 것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 즉 세입자 마음대로 2년 계약을 4년으로 연장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한 것이 치명적이었습니다. 최대 4년까지 기존 집에 머무를 수 있는 기존 세입자는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 전월세 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들에게는 사정이 다릅니다. 임대 물건은 줄고 임대료가 치솟고 있습니다. 전월세를 놓고 나면 4년 동안 집이 묶이게 되다 보니 셋집을 거둬 들이는 집주인들이 늘었습니다. 셋집의 공급이 줄어 드니 임대료가 오릅니다. 게다가 집주인들이 4년에 걸쳐 올릴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려서 내놓다보니 임대료는 더욱 치솟게 됩니다.


이렇게 셋집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임대료도 치솟으면 차라리 집을 사겠다고 마음을 바꾸는 사람들이 늘기 마련입니다. 최근 중저가 주택이 거래도 늘고 값도 들썩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세입자를 보호한다고 만들어 놓은 법들이 세입자를 더욱 힘들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국토부장관에 내정된 변창흠은 전임 김현미 장관보다 한 술 더 뜰 것 같습니다. 다주택자 범죄화는 당연히 계속될 것이고, 임대차 기간은 2+2=4년에서 3+3=6년으로 늘어날 지도 모릅니다. 최소한 지금까지 그의 발언들을 보면 그렇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4년에 맞춰서 올라가던 전월세 가격은 6년에 맞춰서 더욱 크게 오르게 될 겁니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부동산 소유제도 자체의 변혁입니다. 변창흠 내정자는 평소에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주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토지임대부 주택이란 토지는 국가 소유로 남겨 두고 그 위에 짓는 건물만 사유재산으로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중국,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모든 주택은 국유지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소유자는 70년 동안 사용권을 인정받는 대신 토지 사용료를 국가에 지불합니다. 토지는 국유, 건물은 사유인 것입니다. 변창흠 등 소위 토지공개념론자들은 부동산이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변창흠 등은 그 제도로도 만족하지 못하고 환매조건부로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토지임대부주택으로도 투기를 잡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토지임대부주택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중국은 그야말로 투기의 천국입니다. 소득수준을 고려할 경우 상해와 베이징의 주택가격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70년 사용권의 가격이 그렇게 뛴 것입니다. 사용권이라도 거래가 허용되면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기 마련입니다. 소위 투기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생겨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토지공개념론자들은 중국식 제도, 즉 시장에서 사용권 가격이 형성되는 것 조차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놓은 보완책이 환매조건부주택입니다. 일단 분양은 해주겠지만 팔 때는 반드시 정부에 되팔아야 한다는 조건부입니다. 물론 되 팔 때 차익은 인정되지 않겠지요. 토지임대부주택을 중국이라고 한다면 환매조건부주택은 북한식입니다. 변창흠은 그것을 '공공자가주택’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부릅니다. '둥근 4각형’ 같은 형용모순의 단어입니다. 이름만 자가일 뿐 실질은 국영전세주택입니다. 전세보증금 대신 분양대금을 내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일년에 공급되는 40~60만호의 신규 주택은 대부분 토지공사나 지자체가 개발하는 공공택지 위에 세워집니다. 정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매년 그 40~60만호를 중국식 또는 북한식 주택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이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주택이 새로 공급되지 않음을 뜻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국인들은 부동산 보유에 대해서 강한 선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재산을 구성함에 있어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자산보다 부동산에 대한 선호가 강합니다. 온전한 보유가 불가능한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주택들은 한국인의 그 같은 부동산 보유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그 결과 온전히 소유가능한 기존 주택들의 가격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그나마 재개발, 재건축이라도 원활하다면 수요에 맞는 주택 공급에 조금 숨통이 트일 텐데 도시재생 뉴딜을 한다면서 그마저도 다 막아 버렸습니다. 기존 동네는 길이 좁아 소방차도 들어갈 수 없으니 제발 헐어내고 재개발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주민들이 애원을 하는데 이 정부는 낡은 담벼락에 벽화만 그려댑니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쾌적하고 안전한 새 아파트인데 변창흠 등은 담벼락의 그림으로 만족하라며 들은 척도 안 합니다. 벽에 페인트 칠하며 돈 버는 소위 '활동가’들만 신납니다.


변창흠이 장관이 되어 평소 주장대로 주택 정책을 편다면 부동산 시장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것 같습니다. 소위 똘똘한 한 채, 즉 고가 주택은 말할 것도 없고 온전히 소유할 수 있기만 하다면 중저가의 아파트들도 값이 오를 수 있습니다. 새로 공급되는 주택이 대부분 국영주택일테니 기존의 온전한 민간 주택은 값이 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 값이 뛰면 또 투기를 잡겠다며 칼춤을 출 것입니다. 한국의 부동산 문제는 점점 더 꼬여만 갑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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