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미국, 제자리 찾을까?

김정호 / 2020-07-28 / 조회: 699


김정호_2020-22.pdf

동영상 보기▶ https://youtu.be/7vYtrcQB1uA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은 세계의 유일한 슈퍼파워였습니다. 그 이전까지 세계 인구의 1/3이 소련의 위성국가로 지내다가 소련 붕괴 이후 대부분 미국과 비슷한 자유주의 자본주의 국가로 전향했습니다. 그 후 20여년 동안 경제력, 군사력, 지력 모든 면에서 미국에 도전할 나라는 없었습니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가 계속되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제 미국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국내적으로는 코로나 사태와 흑인생명운동에 흔들리고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간략히 훑어보겠습니다.


인류사의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은 대단한 나라입니다. 지금 세계인들이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이 미국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하는 소리입니다. 미국이 없었다면 휴대전화, 자동차, 비행기, 휴대전화, 인터넷 같은 것들을 누릴 수 없었을 겁니다.


휴대전화를 최초로 상업화한 것은 미국의 모토로라입니다. 그것을 컴퓨터와 결합시켜 스마트폰으로 만들어낸 것 역시 미국인 스티브 잡스이고 미국 기업 애플입니다. 컴퓨터를 보급에 성공한 기업은 IBM이고 그것을 개인용으로 만들어 누구나 가질 수 있게 한 주역은 애플과 IBM,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인터넷도 미국이 만들었습니다. 미국이 핵전쟁 대비용으로 만든 통신망인 알파넷을 상업화한 것이 인터넷입니다. 인터넷의 상업화는 미국의 AOL, 넷스케이프, MS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발명한 것은 독일의 벤츠이지만 그것을 대량생산해서 누구나 누릴 수 있게 한 공은 미국인 헨리 포드에게 돌려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교류 전기를 발명한 사람은 세르비아계 미국인 테슬라이고, 상업화에 성공한 기업은 웨스팅하우스입니다.


미국은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사람들이 마음껏 실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했고, 그 덕분에 수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샘솟는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공은 대량생산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쓰고 즐길 수 있게 했다는 데에 있습니다. 아이디어의 상업화, 대량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 대중소비의 달성 같은 것들은 미국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미국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과 같은 풍요를 누릴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자본주의 종주국 하면 산업혁명을 일으킨 영국을 떠올리지만 거기서 시작한 산업들을 대량생산 대중소비로 연결한 주역은 미국입니다.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기업이 등장했지만 대기업으로 크지는 않았습니다. 영국의 기업가들은 공장이 성공해서 300명 정도의 규모가 되면 사업을 더 키우기보다 젠틀맨으로 변해갔습니다. 대저택을 짓고 파티와 사냥을 즐기는 등 귀족적 취향에 탐닉했습니다. 기업을 더 키우는 것은 탐욕적인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당연히 생산을 늘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미국으로 건너간 영국인, 스코틀랜드인, 프랑스인들은 탐욕이라는 터부를 깨고 규모의 경제를 추구했습니다. 철강의 카네기는 20년만에 철강의 가격을 1/10로 낮출 수 있었고, 석유의 록펠러 역시 등유 가격을 그 정도로 낮췄습니다. 그 덕분에 미국 전역에 철도가 놓였고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호롱불로 어둠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미국이 그 많은 것들을 이뤄낼 수 있었던 이유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 사유재산, 개방성 덕분이었습니다. 그런 제도 덕분에 많은 유럽인들이 자기 나라에서 못하던 것을 미국에 와서 이뤘습니다. 미국의 시장경제 제도는 소련이 붕괴된 이후 세계의 유일한 이념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미국식 제도를 워싱턴 컨센서스로 불렀습니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IMF를 통해서 위기에 처한 나라들에게 회생을 위한 쓴 약으로 처방되었습니다. 미국은 그렇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챔피언 역할을 자임해왔습니다.


그런 미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흔들리고 대외적으로도 거대한 도전에 부딪혀 있습니다. 첫째, 미국의 힘이 예전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우선 미국이 코로나를 극복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가장 많은 나라이고 줄어들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달러 파워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막대한 국가 부채가 연준의 발권력으로 뒷받침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엄청난 달러가 풀려 나가는데 언제까지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입니다. 달러 인덱스 등 객관적 지표를 보면 아직까지 실제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조짐이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만은 없습니다.


둘째, 미국적 제도, 즉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미국인들 자신의 확신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나선 버니 샌더스 의원이 2016년에 이어 2020년에도 미국 민주당의 강력한 대선 후보로 등장했습니다. 이는 미국인들의 성향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2019년 미국의 케이토(cato) 연구소가 미국인 1,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39%가 사회주의에 대해서 호의적이라고 응답했습니다.1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64%가 호의적이라고 답했습니다.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의 인기가 우연히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특히 젊을수록, 또 흑인일수록 사회주의에 대한 호감은 강합니다. 18~29세 응답자의 50%, 흑인 응답자의 62%가 사회주의를 지지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청년층과 흑인들의 이런 성향이 최근의 Black Lives Matter 시위의 추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과연 언제까지 미국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챔피언을 자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 하는 현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무역에서의 보호주의 성향도 미국의 위상을 스스로 깎아 내리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많이 내는 나라들 모두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포했습니다. 그 나라들에 대해서 관세를 올리고 미국 상품의 매입을 압박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아 왔습니다. 미국의 공격을 받는 나라들 중에는 중국처럼 거리를 둬야 하는 나라도 있지만 한국, 일본, 독일, 캐나다, 멕시코처럼 아주 가까운 동맹국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압박을 가하다 보니 전통적인 동맹관계가 훼손될 수도 있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미국의 무역수지 또는 경상수지 적자는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그로 인해 전통적 제조업 노동자들은 손해를 입게 되었지만 거의 모든 미국의 소비자들,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 그들에게 돈을 맡겨 놓고 있는 수많은 연금 수급자들이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손해보다 이익이 더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자유무역을 주창했고 미국은 역시 자유경제, 개방경제를 실천해왔습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의 이익만을 대변해서 자유무역 질서를 해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국제 사회에서 자유경제 챔피언으로서 미국의 위상은 흔들리게 됩니다. 자유경제, 개방경제의 종주국인 미국에서 정작 미국인들은 자유경제, 개방경제에 대한 신념을 버려가고 있는 듯해 보입니다.


셋째, 미국은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세계 패권 경쟁에 나선 중국은 이제 정치, 군사,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정말 뼈 아픈 일입니다. 중국을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키운 것은 바로 미국 자신입니다. 중국에게 자본과 기술을 제공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상품을 구매해준 것이 바로 미국 자신입니다.


미국이 그렇게 했던 이유는 중국도 독일이나 일본처럼 변할 거라고 낙관했기 때문입니다. 독일과 일본은 지금 미국의 가장 든든한 우방이지만 돌이켜 보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들은 미국의 적이었습니다. 미국과는 정반대의 체제, 즉 나치즘 전체주의, 천황 전체주의 국가였으며 미국을 굴복시키려 전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패전 이후 이들은 미국의 도움을 받아 부국으로 도약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택해서 미국의 가장 든든한 우방이 되었습니다.


미국인들은 중국도 독일이나 일본처럼 될 것이라 확신하며 중국을 대했습니다. 1979년 이후 중국과 무역관계를 튼 것도, 2001년 회원 자격도 없는 중국을 WTO에 받아들인 것도 그런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독일, 일본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힘이 강해질수록 공산주의의 본색은 더욱 강해졌고 중화적 제국주의의 색깔도 강하게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대한 중국의 도전은 단순히 중국만의 도전에 머물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벌어들인 막대한 달러 자금을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서 많은 나라들에 투자해왔고 그들을 중국 편으로 만들어 왔습니다. 파키스탄, 이란, 에티오피아 등 아시아, 중동, 남미,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중국에 줄을 섰습니다. 이제 최소한 나라의 숫자만으로 보면 중국을 따르는 나라들이 미국이 이끌어 온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나라들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세계는 이미 갈라지기 시작했으며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였던 미국은 반쪽 세계의 리더로 전락할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코로나 사태는 자유 진영 챔피언으로서의 자리를 되찾아줄지도 모릅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또 일국양제에 대한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폐기하면서까지 홍콩 국가안전법을 강행하는 중국 공산당의 태도를 보면서 자유 진영의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 대한 지지를 버렸기 때문입니다. 적의 적은 친구라고 했습니다. 중국을 멀리 하는 만큼 자유진영 국가들의 결속력은 강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역시 중국의 도전이 강할수록 자국우선주의 대신 동맹국들을 챙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미국 내부적으로도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져 가고 있습니다. 퓨리서치센터가 2020년 3월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에 대해서 우호적이지 않다고 대답한 비율은 66%로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2 이것은 미국내 사회주의 지지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모쪼록 국내에서의 분열을 봉합하고 자유 세계를 지키는 리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 겸임교수




* 이 글은 2020.7.26 <김정호의 경제TV>로 방영된 <흔들리던 미국, 제자리 찾나? 미국 문명의 인류에 대한 기여. 흔들리는 세가지 이유. 코로나가 제자리 찾아줄 가능성.>의 텍스트입니다. 



1 https://www.cato.org/blog/59-americans-have-favorable-views-capitalism-59-have-unfavorable-views-socialism

2 https://www.pewresearch.org/global/2020/04/21/u-s-views-of-china-increasingly-negative-amid-coronavirus-out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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