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반중으로 갈라지는 세계

김정호 / 2020-07-14 / 조회: 296


김정호_2020-20.pdf


2020년 6월 30일, 영국의 브레이스웨이트 UN 대사는 중국의 홍콩국가안전법 강행, 신장 티벳에서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낭독했습니다. '중국의 홍콩안전법이 홍콩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일국양제를 약속한 영국과 중국 정상간의 합의를 위반한 것이니 재고하라. 위구르와 티벳인들에 대해서도 인권 탄압을 멈추고 UN 인권의 고위 감독관의 감독을 받으라.’ 이런 내용입니다.1 영국을 포함해서 27개국의 뜻을 모은 성명서였습니다.


홍콩안전법이란 홍콩인들이 중국 공산당에 반대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법입니다. 이 법을 어길 경우 무기징역까지 처해질 수 있습니다. 홍콩인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입니다. 자유를 사랑하는 홍콩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청천벽력일 겁니다. 마음 놓고 말을 할 수 없게 된 것이죠. 외국인들까지 해당된다고 합니다.


홍콩안전법은 중국이 국제사회에 했던 약속을 저버리는 처사입니다. 홍콩의 체제에 대해서는 1984년 영국의 대처 수상과 중국의 덩샤오핑 주석이 만나서 서로 약속을 한 바가 있습니다. 소위 일국양제의 약속입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양도된 후에도 50년간 홍콩은 영국 치하에 있을 때와 동일하게 자유가 보장되는 체제를 유지한다는 내용입니다. 실제로 1997년 중국에 양도된 후 30년 정도는 그 약속이 지켜졌습니다. 하지만 시진핑 체제에 들어와서 달라지기 시작했죠. 언제 적 약속을 아직까지 들먹이느냐는 식의 말들이 중국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에는 급기야 특정 범죄에 대해서 중국에 범인을 넘겨서 재판한다는 내용의 범죄인 인도법을 상정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홍콩인들의 격렬한 반대 시위로 연기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5월에는 홍콩국가안전법이 통과되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공산당 통치에 도전하지 말라는 내용의 법입니다. 1984년 중국이 세계와 약속한 일국양제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국을 비롯한 27개 나라들이 이 홍콩안전법을 폐지하라고 중국에 목소리를 높인 겁니다.


그런데 같은 회의장에서 정반대 내용의 성명서가 발표되었습니다. 쿠바 대표가 낭독한 이 성명서에는 '홍콩안전법이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 또 이 법은 홍콩인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다. 유엔 헌장은 각 회원국이 내정에 간섭하지 않게 되어 있다. 홍콩안전법은 중국 정부의 정당한 권리이기 때문에 인권 문제가 아니며 따라서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다뤄져서는 안된다.’ 이런 내용입니다.2


중국 공산당이 무엇을 하든 국제사회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는 거죠. 내용이 뜻밖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성명서에 서명한, 즉 이 성명서를 지지한 국가들의 숫자입니다. 무려 53개 나라가 이 성명서에 서명했습니다. 중국을 비판하는 나라의 숫자는 27개 나라였죠. 거의 두 배나 많은 나라들이 중국 편을 들고 나선 겁니다. 이것만 보면 중국이 정당한 것처럼 보입니다만 27개국과 53개 나라의 면면을 보면 성명에 대한 지지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다음 지도는 UN 인권위에서 친중과 반중 나라들의 분포를 보여줍니다. 노란색이 중국을 비판한 나라들, 즉 반중 국가이고, 파란 색이 중국을 지지한 나라들, 즉 친중 국가들입니다.



친중 국가들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 많습니다. 아시아에서는 북한, 미얀마, 캄보디아, 네팔, 파키스탄, 이란, 사우디 등이 중국을 지지했고요. 아프리카에는 아주 많지만 이름들이 낯섭니다. 알 만한 곳으로는 이집트, 가봉, 짐바브웨, 소말리아, 수단 등이 있습니다. 중남미에서는 쿠바, 베네수엘라, 도미니카 등이 중국을 지지했습니다.


데이브 롤러 기자가 이 나라들의 특성을 분석해서 인터넷 언론 액시오스에 올렸는데요.3 중국 지지국가들은 크게 두 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독재 국가입니다. 북한, 쿠바,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등이 대표적입니다. 두번째 특징은 중국에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그 덕분에 이 나라들도 상당한 도로, 항만, 통신망 등 인프라 시설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그 대가로 중국에 대해서 막대한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다음 지도는 국가별로 대중국 부채의 GDP에 대한 비율을 보여줍니다.4 색깔이 짙을수록 부채비율이 높음을 뜻하는데요. 가장 색이 짙은 나라들의 분포와 중국을 지지하는 나라들의 분포가 매우 비슷합니다. 빚은 많은 데 갚을 능력은 없으니 당연히 중국이 하라는 대로 하게 되는 거죠.



한편 중국 비판에 동참한 나라들은 주로 선진국들입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 등이 동참했습니다. 유럽이 대다수를 차지하는데요. 독일, 영국, 프랑스, 스위스 등 서유럽 국가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있습니다. 북미 지역에서는 캐나다가 동참했습니다. 중국에 가장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미국은 이 성명에 동참하지는 않았는데요. 유엔인권위원회에 가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연히 중국의 홍콩안전법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노란색으로 칠해 두었습니다. 한편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등은 다른 다수의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중국 비판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중국에 진 빚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선진국들은 대부분 중국 비판에 동참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고 국제관계에서는 국가 사이의 약속을 중시하는 것이 이 나라들이 살아가는 원리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홍콩국가안전법 등 일련의 행동을 통해 전체주의적이고 국가간 약속을 경시하는 태도를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자유진영의 선진국들은 중국의 그 같은 태도를 용납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현상은 친중 진영에 53개국이나 참여했다는 것이 아니라 27개나 되는 선진국들, 세계를 이끌어가는 나라들 대다수가 중국 비판에 나섰다는 사실입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그 많은 나라들이 중국 비판에 나선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습니다. 시진핑은 일본을 방문하게 되어 있었고 EU 역시 시진핑을 초청해서 대규모의 행사를 가지려 했습니다. 다들 중국과 손을 잡고 뭔가를 이뤄보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급 반전된 것입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10여년간은 중국의 시대였습니다. 사람들은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을 지는 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떠오르는 태양으로 보였습니다. 세계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떨어질 때도 중국은 7% 이상의 성장을 유지했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중국에 수출해서 위기를 넘겼습니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은 일대일로라는 이름으로 투자에 목마른 많은 나라들에 중국 돈을 투자해 주었습니다. 독일도 영국도 프랑스도 모두 중국의 투자를 받고 싶어 안달을 할 지경이었습니다.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가 친중 국가가 된 것입니다. 2018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할 때도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식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들의 태도를 바꿔 놓은 것은 코로나 사태에 임하는 중국의 태도입니다. 중국의 적반하장식 태도, 의료용품 지원을 무기화 하려는 태도 등을 겪으면서 중국의 본모습을 보게 되었고 파트너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홍콩국가안전법 사태는 자유진영의 선진국들로 하여금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된 듯합니다.


중국 비판에 나섰다고는 해도 구체적 행동에 나선 나라들은 많지 않습니다. 호주, 일본, 영국 등만이 부분적으로나마 미국의 중국 제재에 동참한 상태입니다. 나머지 나라는 아직 언성만 높이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거친 모습이 선명해질수록 유럽 국가들 역시 말로만 하는 비판에서 구체적 제재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가 친중-반중으로 나뉘는 현상은 어느 한 쪽이 붕괴되기 전까지는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느 쪽 하고도 척을 지고 싶어하지 않는 대다수의 나라들은 난감한 지경에 처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을 택할지 아니면 중국이 이끄는 독재국가들을 따를지 선택해야만 합니다. 어느 쪽을 택하든 다른 쪽을 버려야 할 테니 고통을 피할 수 없습니다. 고통이 작은 쪽을 선택해야 합니다.


선택을 강요받는 것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우리 국민 다수는 중국이 아니라 선진국 자유진영을 선호한다는 것이 여러 번의 여론조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물론 그 응답자들은 중국을 버리는 고통을 계산에 넣지는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만 그것을 감안해도 여전히 중국보다는 미국 쪽일 것으로 확신합니다. 하지만 이 정권은 그 반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요즘 국회에서, 청와대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듣노라면 점점 더 일당독재의 길로 가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미국을 버리더라도 중국 쪽을 선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경대 강연에서 중국은 높은 산이고 한국은 작은 나라라고 말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한국을 중국이라는 말의 궁둥이에 붙어가면 되는 파리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발언이 이들의 진심에서 나온 거라면 이들이 선택할 정책은 여론 조사로 드러난 우리 국민의 뜻과 반대가 될 것입니다. 그들은 중국 공산당처럼 영구 권력을 얻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홍콩시민, 베네수엘라 국민들처럼 되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정호 / 김정호의 경제TV 크리에이터, 서강대 겸임교수




1 https://www.gov.uk/government/speeches/un-human-rights-council-44-cross-regional-statement-on-hong-kong-and-xinjiang

2 https://www.globaltimes.cn/content/1193136.shtml

3 https://www.axios.com/countries-supporting-china-hong-kong-law-0ec9bc6c-3aeb-4af0-8031-aa0f01a46a7c.html

4 https://www.economist.com/finance-and-economics/2019/07/13/a-new-study-tracks-the-surge-in-chinese-loans-to-poor-count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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