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낭송] 복거일 - 나의 루비콘

복거일 / 2020-06-02 / 조회: 436


나의 루비콘


안식구와 나선 산책 길

마음 어쩔 수 없이 스산해도

바람결엔 봄기운이 실린다.

꽁무니 쳐들고 물속 뒤지는 청둥오리들

이 흐린 시내가 살기 좋은지

북쪽으로 날아갈 기색이 없다.


주머니 속 전화가 울린다.

“여기 병원인데요.”

“아, 예.” 흘긋 안식구를 살핀다.

“내일 진료 예약 확인 전화했습니다.”

아프게 오그라드는 가슴으로

다시 안식구 얼굴을 살핀다.

“실은 제가 내일 일이 있어서

진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


전화를 끝내도 안식구는 그저

앞만 보고 걷는다.

그래,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냥 쓰는 거다.

그래도 안식구한테 무슨 얘기를

하긴 해야 하는데.

“여보, 우리 오늘 아구찜 어때?”

여전히 앞만 보고 걸으며

고개만 끄덕인다.

태연한 목소리를 낼 자신이 없는지.


속마음 꼭꼭 여민 아낙을 앞세우고

속 없는 봄바람엔

내 마음의 독수리 군기(軍旗) 펄럭이면서

활기찬 걸음으로

징검다리를 건넌다.


북가좌동 천변에 무사히 상륙하고서

문득 생각나서 돌아본다

하수 흐르는

늘 물비린내 나는

그래도 붕어 잉어 살고

청둥오리들이 아예 정착한 시내

허름한 나의 루비콘.


지은이: 복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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