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낭송] 강위석 - 자축, 81세

강위석 / 2020-02-20 / 조회: 485

강위석 시집 <유모레스크>중 세 번째로 소개해드릴 시 '자축, 81세'입니다.



자축, 81세


오히려 잘 된 일이지

나, 삶의 노예로 태어나 


공자와 예수한테 

이 약한 주인, 

삶을 칭송하는 것 배웠으나


실은 강한 죽음 앞에 가서 벌벌 떨며 

한평생 꼬물꼬물 바삐 살아왔네 


짬이라고는 탁주 두어 사발 마시고 

외상 달고, 갚고 


발바닥은 시인의 발바닥이라

예를 들면 조선 땅에 태어난 것이 슬퍼서 

육자배기를 불렀네 


몇 되지도 않았지 

이태백, 오마 카이얌,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리고 김소월, 김소월을 좋아하였네 


삶에도 죽음에도 

정의가 무슨 소용? 

흐르는데 정의가 무슨 소용? 


문득 이제는 배반한 가을 저녁에 

오히려 봄비 내리듯 


죽음은 휘파람을 불고 

나는 그 소리를 새벽마다 듣네 


삶의 어떤 파편 하나도 

전에 경험한 바가 없을지라도 


푸른 하늘에 흰 구름 한 점 같이 

용감하여져 결론 내리네 

지금은 나의 허전한 시간이라고 


나는 자유를 사랑하여 

바람 부는 황야의 청결을 선택하였으나 

청결 또한 차라리 한 점의 강제에 불과했을 뿐 


지난가을의 마른 풀덤불 아래 

당상 엽록소 한 오락 꼼지락거리지 않더라고


지금은 허전해서 

나의 나머지 시간이라고 


나는 머물 수 없는 곳에 

머물 수 없는 때에 머무네 


새로 말을 배우고 

가울 꽃 한 송이를 꺾어 


옆집 과부 할머니에게 

말을 거는 것은 지금도 수줍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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