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을 통해서 본 경쟁의 필요성

김용주 / 2019-12-24 / 조회: 3,658

내가 어렸을 때는 어머니를 따라 장보러 재래시장에 가는 것이 익숙했다. 시장의 위치가 집과 가까운 것도 있었고 그 당시에는 대형마트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재래시장에 가면 사람들은 북적이었고 맛있는 냄새가 풍겼으며 동네 친구들과 시장에서 마주치는 일도 더러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장을 보러 갈때마다 맛있는 것을 사 먹을 수 있어 내게 있어 재래시장은 즐거운 곳이었다.


하지만 점점 커가면서 대형마트가 우리 동네에 하나둘씩 들어서고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도 대형마트로 향하기 시작하면서 북적였던 재래시장은 점점 활기를 잃어 갔다. 활력을 잃어가는 시장을 보며 나는 재래시장의 즐거운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결국 우리 가족도 그런 흐름에 맞추어 자연스레 대형마트로 향하게 되었고 그 뒤로 재래시장에 가는 일은 없었고 TV에서 소식을 접하는게 다였다.


간간이 뉴스에서 접한 재래시장에 대한 소식은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인해 재래시장 상인들의 생계 유지가 어렵다는 내용들 뿐이었고 그 당시 어렸던 나는 단순히 대형마트가 재래시장의 역할을 대기업이 빼앗아 독과점하여 돈을 벌기 위해서 생겨났다고 생각했고, 재래시장의 역할을 위협하는 대형마트의 존재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왜 대형마트로 인해 재래시장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쩌다 한 번 재래시장에 다시 가게 되었는데 왜 재래시장이 대형마트에 밀리고 있는지 몸소 느끼게 되었다. 현금결제 외엔 받지 않는 불친절한 상인들과 지저분한 거리, 협소한 주차공간 등 대형마트에 비해 너무나 서비스가 열악했다.


요즘도 뉴스에 가끔씩 대형마트로 인한 재래시장의 위축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런 이유가 대기업의 횡포로 인해 위축된 것이 아니라 당연한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대형마트가 등장하기 전까지 대형 잡화점의 역할을 독점했던 재래시장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진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인해 점점 밀려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대형마트라는 경쟁자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재래시장은 경쟁력을 높일 생각을 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생계의 위협을 받는다고 대형마트의 규제를 요구하였다.


재래시장의 위축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정부는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의무휴업일의 규제와 전통시장 인근에 점포를 열지 못하도록 하는 등 규제정책을 통해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의 경쟁을 중재하였지만, 이로 인해 대형마트의 매출은 2012년 이후로 감소세로 돌아섰고 규제를 내세운 목적이었던 지역상권의 활성화는 커녕 대형마트에 몰렸던 소비자들은 중대형 슈퍼마켓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결국 규제로 인해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둘 다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재래시장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대형마트의 규제요구보다 대형마트에 맞설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경쟁력을 키웠다. ‘장흥시장’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을 통해 낡은 시장을 신축하고 브랜드화했고, 또 주변 관광자원과의 연계와 SNS의 활용 등을 통해 마케팅을 강화하였다. ‘통인시장’의 경우 식당과 반찬가게 등의 요식 관련 점포가 많은 특성을 이용하여 경복궁 서촉마을 서촌에서 엽전을 구입하여 시장 내 음식을 뷔페처럼 자유롭게 도시락에 담아 먹을 수 있게 하는 방식의 도시락 카페를 열었다. 그리고 김치 만들기, 매실원액 담그기, 천연화장품 만들기, 공방DIY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소비자들을 시장으로 끌어모았다.


이 사례들을 통해 시장에서 ‘경쟁력’이란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며, ‘경쟁자’란 사업가가 끊임없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며 발전을 시켜주는 존재로, ‘경쟁’은 경쟁자들의 발전에 있어서도 소비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서도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경쟁을 중재하는 방식은 어느 쪽도 발전을 할 수가 없고 오히려 경쟁력을 잃어 경쟁자들 모두가 도태되게 만들며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온다. 그러므로 정부의 역할은 경쟁자들을 중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들 간의 경쟁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도록 부추기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어디까지나 지원자이고 결국 경쟁자 스스로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가장 중요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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