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독점에 대한 3가지 진실

고은표 / 2019-12-24 / 조회: 4,156

경쟁은 ‘행동’이고, 독점은 ‘상태’다. 내로라하는 수많은 경제학자들조차 이 자명한 사실을 잊고 산다. 그들이 경제학 교과서에서 얘기하는 ‘경쟁 시장’과 ‘독점 시장’의 구분은 영어 표현을 빌리자면,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명확히 말하자면, 독점의 반대는 ‘다점’이요, 경쟁의 반대는 ‘반경쟁’이다. 두 단어가 존재하는 차원을 이처럼 명확히 할 때, 교과서에 잘못 세워진 경쟁과 독점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할 수 있다.


1. 자유 시장에서 독점은 성공적인 경쟁의 결과물이다.


어떤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 상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행동이 수반되어야 한다. 자유 시장에서 독점이라는 상태에 이르게 하는 행동은 바로 기업의 경쟁과 소비자의 선택이다. 네이버가 대한민국 포털 시장에서 사실상의 독점 기업이 되기 전까지, 10여 년 간 어떤 일이 있었나? 현재 점유율이 매우 낮은 다음과 네이트를 비롯해 한미르. 엠파스, 야후코리아 등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포털까지 더하면 많은 수의 기업이 경쟁하고 있었다. 게다가 네이버는 다음, 엠파스, 야후코리아에 비해서는 포털 시장의 후발 주자이기까지 하였고, 이용자 수의 부족에 따라 소위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지 못해 상당한 열세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네이버는 검색 엔진으로서 후발 주자로서 갖는 열세를 극복하고자 포털 이용자들 스스로 필요한 정보에 대해 묻고 답하는 ‘지식IN’ 서비스를 내세워, 선발 주자들을 추월하였다. 요컨대 네이버는 ‘소비자들에게 더 큰 효용을 제공한다’는 경쟁의 본질에 천착하였고, 소비자들은 네이버를 선택하였다. 이러한 행동의 결과로 네이버는 한국 포털 시장의 독점 기업이 될 수 있었다. 즉, 경쟁이 ‘원활히 이루어져’ 독점이라는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2. 독점 기업도 경쟁한다. 


독점 기업에 대해 경제학 교과서와 세간에 퍼져있는 부정적 인식은, 결국 위와 같이 경쟁을 통하더라도 독점 기업이 되고 나면 품질을 낮추고 가격을 높이는 등 이윤 극대화를 위해 소비자 후생을 악화시킨다는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즉, 반경쟁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론컨대, 독점은 상태이고 경쟁은 행동이다. 독점 상태에 있는 기업도 경쟁을 할 수 있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반드시’ 해야만 한다. 


이미 경쟁자가 없어졌는데, 무슨 경쟁을 한다는 것인지 의아해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은 경쟁이 이뤄지는 시점을 ‘현재’로만 한정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다. 우선 기업은 ‘과거’의 자기 자신과 경쟁한다. 데스크톱 OS 시장에서 말 그대로 독점 기업이라 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Windows 95부터 시작해 98, 2000, ME, XP에서 오늘날 10에 이르기까지 새 버전을 출시하며 혁신을 지속하는 것은 분명 교과서에서 묘사하는 독점 기업과는 상이하다. 


하지만 시장 원리로 보자면 지극이 당연한 현상이다. 기업은 ‘계속 기업의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따라서 지속적으로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무리 독점 기업이라 하더라도 혁신을 지속하지 않는다면, 현재 버전의 OS가 널리 보급된 이후에는, 더 이상 기업을 유지할 수 없다. 아무도 현재 버전의 OS를 사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에서의 독점 기업은 끊임없이 경쟁한다.


또한 기업은 ‘미래’에 등장할지 모르는 잠재적 경쟁자와도 경쟁해야 한다. 독점 기업이 교과서에서 밝히는 대로 품질을 낮추고 가격을 높인다면 현재 시점에서의 이윤 극대화 관점에선 합리적인 행동일 수 있다. 그러나 선술 하였듯, 기업의 지상 목표는 계속 기업의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반경쟁적 행동을 계속한다면, 독점 기업이 얻는 초과 이윤은 현재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잠재적 생산자들의 진입 유인을 키우게 된다. 이는 독점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독점 기업의 반경쟁적 행동은 비합리적이 된다.


3. 0의 경제적 이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의 독점 기업은 높은 경제적 이윤을 누리고 있지 않느냐는 반론이 존재할 수 있다. 실제로도 독점 기업은 다른 사업에서라면 누리기 어려운 초과 이윤을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기회비용을 모두 고려하여 매출에서 차감하더라도 0을 넘을 것이다. 이것은 교과서에서 독점 시장의 반대 개념으로 묘사되는 경쟁 시장의 기업이 0의 경제적 이윤을 얻는 것과 대비되며, 독점이 초래하는 사회적 비효율의 증거로 묘사된다.


그러나 어떤 기업도 경쟁 시장 모형에서처럼 0의 이윤에 만족하는 기업은 없다. 기업가는 누구나 자신이 지금 얻고 있는 소득보다 높은 소득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창업한다. 따라서 애당초 경쟁의 지상 목표는 초과 이윤을 얻는 것이다. 그렇기에 초과 이윤은 사회적 비효율의 증거가 아닌, 사회적 후생 증대의 촉매제다. 초과 이윤을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에, 기업가가 높은 위험을 감수해가며 새로운 재화와 서비스를 선보이려 하기 때문이다.


또한 초과 이윤은 기업가가 소비자로부터 수취하는 가격과 생산 요소에 지불하는 가격의 차이인 ‘상대 가격’의 일종이다. 가격이 자원 배분의 신호임은 교과서에서도 익히 인정하는 바다. 초과 이윤이라는 상대 가격 역시 “사람들이 이 독점 기업의 재화를 선호하니 다른 기업도 여기에 자원을 투입하라”는 신호의 일종이다. 초과 이윤을 사회적 비효율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그래서 시장 경제의 근간을 부정하는 경제학적 자살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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