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국방력 강화, 외톨이 되고 있는 한국

이춘근 / 2007-05-18 / 조회: 15,046
1. 들어가는 말


최근 들어 한반도 주변의 국제관계, 특히 군사 문제가 심상치 않다. 우선 일본이 재무장의 길을 확실하게 열어가는 몇 가지 형식적,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중국은 지난 10년 이상 경제 성장률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국방비 증액을 지속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22를 100 대씩이나 한꺼번에 구입 하겠다 하고 미국은 일단 부정 하기는 했지만 일본 수준의 동맹국에게 F-22의 대량 판매를 거부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중국이 항공모함을 건조하겠다고 발표한데 대해 미국의 태평양 함대 사령관 티모시 키팅 제독은 미국이 중국의 항모 건설에 협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5월 12일 북경) 국제정세의 흐름을 정확하게 보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어지러운 상황이다. 동북아시아의 안보구도가 마치 20세기 초반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대국 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순간순간 판을 바꿔가며 야합하는 고전적 의미의 권력 정치(power politics)가 다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이 국방력을 현격하게 증강 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에 팔려는 무인 정찰기 글로벌 호크는 러시아가 반대하고 나섬으로써 시작도 하기 전부터 장애물에 부딪치고 있다. 2012년 4월 17일부터 전시 작전 통제권을 우리가 스스로 행사하겠다고 했으니 그 필수적 전제조건은 우리 스스로 최고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장비를 구입하는 과정에부터 러시아가 반대하고 나오고 있으니 그동안 우리는 외교를 어떻게 한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국방을 하고 전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인가?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고, 중국의 북한 전문가 장롄구이 교수는 북한은 곧 핵을 가지고 남한의 국내정치에 간섭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의정치가들 조차 북한이 남한에 핵무기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 말하지만 핵무기란 본시 상대방을 좌지우지하기 위한 정치적인 무기다. 한국 안보를 걱정하던 식자들이 우려했던 현실이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2. 일본의 국방능력 강화


2007년에 접어들면서 일본은 적어도 네 차례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그 첫째는 1월 9일 방위청을 방위성 으로 승격 시킨 것이다. 그 동안 장관급 대우를 받지 못하던 방위청장은 이제 대신(大臣)으로 그 격이 상승 된 것이다. 방위청이 방위성이 되었다는 사실은 일본은 이제 국방 정책과 군사 전략을 주도적으로 입안할 수 있는 독립된 부서를 갖추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일본은 앞으로 정보기관도 대폭 강화할 것이며 무기 체계역시 대폭 강화하는 길로 나갈 것이다.


둘째는 3월 13일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가 동경을 방문, '안전보장에 관한 공동 선언’ 을 발표한 것과 그 후속 조치로 4월 12일 동경에서 미국-일본-호주 3국의 외교 국방 분야 국장급 회의가 열린 것이다. 대표적인 해양국 3국이 안보 협력을 약속한 것으로 아시아판 나토(NATO) 라고도 불릴 수 있는 국제적 안보 조치의 출범이었다. 1945년 패전 이래 최근 까지 일본의 안보 정책에서 대한민국은 필수 요소였었다. 즉 '한국의 안보는 일본의 안보에 사활적’ 이라는 것이 일본의 변함없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21세기 일본의 안보 전략에 한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국제관계는 본시 삭막한 것이라 동맹관계에 준하던 국제관계가 더 이상 이상 동맹관계가 아니게 될 경우 그 두 나라의 관계는 적도 친구도 아닌 중립적인 것이 되기보다 오히려 잠재적 적국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현실이다. 일본의 국제적 안전 보장 장치에 한국이 빠졌다는 것은 최악의 경우 한국이 일본의 안보정책의 대상국(잠재적국) 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다.


세 번째 움직임은 지난 4월 하순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을 전후하여 나온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22기를 100대 도입하겠다는 일본 측 발표다. F-22는 미국 공군도 2005년에야 실전 배치를 시작한 무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전투기 이다. 미국 측에서는 아직 확정적인 답을 하지 않고 있지만, 일본 수준의 믿을 수 있는 동맹국에게 F-22기를 팔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미국의 불변하는 대외정책 목표는 아시아와 유럽에서 미국에 맞먹는 패권국의 출현을 방지하는 일이다. 최근 중국이 미국에게 도전하는 나라로 간주되고 있고 당연히 미국은 일본의 힘을 키워 중국에 대처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이 만약 F-22기를 100대 도입하게 된다면 그 경우 우리나라 한 신문 사설 제목처럼 일장기를 단 F-22기는 동북아를 호령하게 될 것이다. 거의 무적 수준의 전투기를 100대 보유하게 될 경우 동아시아의 군사력 균형은 급격히 일본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 것이 분명하다.


일본이 보인 네 번째 안보 능력 증강 조치는 비로 5월 14일 일본 국회에서 통과된 국민투표법이다. 일본 헌법 9조는 일본은 전쟁이란 수단을 국가의 정책 수단으로 영구히 포기한다고 명시 되어 있다. 일본이 제대로 된 국군과 군사력을 가지기 위해서 이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헌법 개정을 위해 먼저 필요한 것이 국민투표법이다. 그 법이 이제 통과 된 것이다. 일본은 냉전이 종식 된 이후, 중국이 어설프게 미국에 대항하는 패권 도전국으로 낙인찍힌 틈을 타서 본격적인 강대국의 길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솔직히 한반도 문제에 오직 미국 중국 두 나라 만이 주역처럼 참여하는 구도를 불만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일본은 임진왜란 이래 언제라도 한반도 문제에 주도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나라다. 한반도의 문제가 중국에 중요한 것 이상으로 일본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본은 한반도 전체가 대륙세력의 영향권에 들어갈 경우 한반도는 일본의 심장을 겨누는 단도와 같다고 인식한다. 요즘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4자 정상 회담(남북한, 미국, 중국)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일본은 자신이 제외된 채 한반도 문제가 결정되는 상황을 방관하지 않기 위한 능력을 착착 확보해 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1990년대 초반 미국으로부터 패권 도전국으로 간주 되었던 일본은 미국과 대항하기 보다는 신속하게 미국에 편승하는 나라로 돌변함으로서 자신의 안보와 경제발전을 보장 받고 있는 중이다.


3. 중국의 국방능력 강화


부르스 버코비츠 교수는 중국은 1994년부터 2003년 까지 10년동안 매년 연평균 17% 씩 국방비를 증액 시켰다고 주장하며 17%라는 숫자는 21세기 세계정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숫자라고 주장한다. 중국이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나라라는 의미며 21세기 미국의 대전략은 반 테러전쟁과 더불어 중국의 패권 도전에 대응하는 것이다. 중국의 국방력 증강에 대해 미국 이상 우려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의 군사문제 분석가 오가와 카즈히사(小川和久)의 자료는 중국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매년 10%-17% 정도 군사비를 증액 시켰고 2007년에는 17.8 % 증액되었음을 지적한다. 오가와의 자료는 1994년 처음으로 중국 화폐로 500억 유안()을 넘은 중국 국방비는 2006년에는 2800유안을 넘었으니 12년 사이에 거의 6배로 늘어났음을 보여 준다. 물론 중국의 국방비는 정확한 실체를 알 수 없다. 1990년대 영국의 전략문제 연구소는 중국의 국방비는 최소한 공식 발표된 액수의 2-4배는 될 것이라고 추정 한 바 있었다. 중국의 인민 해방군은 각종 기업체를 1만개 이상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세계 2위인 일본 GDP의 절반도 되지 않는(49.3% 2005년 세계은행 자료) 경제력과 미국의 1/10 도 안되는 군사력을 보유한 중국이, 가장 중요한 세계 패권 도전국으로 인식 되고,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은 중국에게는 대단히 억울한 일일 것이다. 중국은 미국을 자극 하지 않기 위해 중국의 성장은 평화적으로 이루어 질 것이라는 의미의 '和平 崛起'(화평굴기, Peaceful Rise)를 말하고 있지만 미국이 유념하는 것은 중국이 崛起(굴기) 한다는 사실 그 자체인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굴기하지 않기를 바라며 굴기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동시에 미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의 균형 관계에 개입하고 컨트롤하기 위해 중국의 항모개발 계획에도 협력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4. 한국의 갈 길은?


한국은 비록 세계 12위의 큰 나라이기는 하지만 동북아시아에서는 상대적으로 제일 약하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현 한국 정부는 균형자가 되겠다는 외교를 표방 하고 자주를 강조한 결과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소원해 졌다. 반면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와 북한과 친해지지는 못했다. 점차 홀로 서야하는 방향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미국으로부터 자주(自主) 하겠다고 작전 통제권을 돌려받고, 작전통제권 행사의 기본이 되는 정보수집 능력을 갖추기 위해 필수적인 미국의 무인 정찰기를 도입하려는데 그것을 러시아가 반대한다며 걸고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택할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 시켜 이웃 나라와 맞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 우리의 경제력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 비현실적인 일이다. 다른 하나는 동맹을 통해 우리의 힘을 보완하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실질적’인 면에서 많이 훼손 되었다. 한미 동맹 관계의 회복은 한국이 당면한 복합적인 어려움을 가장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이것이야말로 차기 한국 정치가들의 임무다. 신라가 고구려를 이긴 것처럼 훌륭한 외교력은 막강한 군사력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이춘근 /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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