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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연금의 위험한 실험

정기화 | 2011-05-06 | 서울경제 | 조회수 : 2,164
의결권행사로 수익률 저하 우려
연기금 지배구조부터 개선해야

정기화<전남대 교수ㆍ경제학>

명분이 먹을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그럴듯한 이유로 시작한 일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는 많다. 그래서 결과가 불분명한 일은 신중해야 한다.

대기업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 개선하자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보유주식의 의결권행사로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초래한다. 연기금의 수익률을 떨어뜨려 국민들의 노후생활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 많은 국민들의 노후생활과 관련된 일인만큼 신중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연금의 '지배구조'가 대기업보다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부족한 생활비를 아껴 보험료를 내고 있는 국민들이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운용에 거의 참여할 수 없다. 이번 일을 비롯해 가입자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일이 없다. 그렇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돈을 빼낼 수도 없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의 운영자들의 기여 지분은 기금의 1000만분의1보다 적다. 이들의 잘못된 투자로 국민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전문투자회사에 운용을 맡기면 문제가 줄어들겠지만 미국의 사례를 보면 수익률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은 지난 1985년 이후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왔다. 돈을 맡긴 투자자를 위해 위임투표권을 적극 행사하는 것이 관리자의 주의의무라는 주장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후 기관투자가의 개입주의가 초래한 결과를 경험적으로 분석하는 연구가 쏟아졌다. 이를 모두 살펴본 길란과 스탁스(주주 개입주의의 진화ㆍ2009)는 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위임투표 행사가 기업 실적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결론을 냈다. 일시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주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실적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기관투자가의 개입주의가 초래한 부정적 효과도 없지 않았다. 기관투자가의 단기적 수익 추구 압력에 따라 기업 투자가 소극적으로 바뀐 것이다. 기업의 분할이 증가하고 합작투자가 늘어났던 것이다. 그리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투자는 줄어들었다.

이들보다 앞서 연기금의 소유형태에 따라 투자 실적을 비교한 워이드크(대리인을 감독하는 대리인ㆍ 2002)는 공공 기금의 위임투표가 기업실적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밝혔다.

민간 연기금의 위임투표는 기업가치에 긍정적 효과를 주지만 특정 기업을 겨냥한 공공 연기금은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저자는 공적기금 관리자가 기업성과에 의해 움직이기보다 정치적 또는 사회적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견해와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기관투자가의 개입주의가 연기금의 성과를 개선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국통신회사의 연기금을 연구한 베흐트(주주 개입주의의 수익ㆍ2009)는 개입주의가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렸다는 것을 밝혔다.

그것은 이들 기금을 관리하는 헤르메스 투자회사가 기업 경영진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경영진과의 대화로 기업의 현실을 이해하고 기업 성과를 개선하는 방향을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기업 실적을 개선하지 못하고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줄인다. 국민연금의 목적은 국민의 노후생활에 대비하는 것이지 개별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노후생활이 안정되려면 국민연금 기금의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신경 쓰기보다 연기금의 지배구조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 투자기관을 통해 투자를 하되 투자기업의 경영진과의 소통으로 기업의 비전을 공유하면서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현재 논의되는 것처럼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국민의 노후를 담보로 한 위험한 실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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