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혁신하고 재편하는 공유경제 - 이제는 규제가 아닌 관리가 답이다

김수환 / 2019-12-24 / 조회: 2,666

고2 시절, “양쯔강의 악어 마윈”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Alibaba 창업으로 중국 최고의 부호가 된 마윈의 모습은 기업의 역할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보통 우리가 기업에 갖는 이미지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거나, 유통하여 판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윈은 혁신적인 제품이나 기술을 만들지 않더라도,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6년 후인 2019년,  공유경제는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타다’의 박재욱 대표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는 등, 공유경제의 허용을 둘러싼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찬성측에서는 국민 편익 요구와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세상은 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반대측에서는 현재 법적 근거가 없고 또 범죄의 위험성이 높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이에 대한 정부의 기조가 명확하지 않고 왔다갔다하는 상황이기에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18년 말레이시아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며 승차공유서비스인 그랩을 활용하게 된 사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어느 누구도 길에서 택시를 잡지 않는다. 모두가 휴대폰을 꺼내 그랩 어플로 택시를 호출할 뿐이었다. 1400원부터 시작하는 기본요금은 일반택시보다 1.5배 이상 저렴하였고, 사전에 미리 요금이 정해져 있어, 길이 막혀 시간이 오래 걸려도 요금이 추가되지 않았다. 유저친화적인 인터페이스가 갖추어져 있어,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외국인이 사용하기에도 전혀 불편한 점이 없었고, 각종 프로모션, 포인트 적립, 충성고객을 위한 특권 서비스 등, 한국의 택시호출 서비스와도 차별화된 장점이 있었다.


더욱이 배달음식 서비스, 그랩페이 등 다양한 기능을 “그랩” 하나로 이용할 수 있었기에 소비자의 입장에서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더욱이 예상과 달리 대부분의 기사들이 매우 친절하였고, 불순한 목적을 가지거나, 운전이 미숙한 기사들도 거의 없어 안전의 위협을 느꼈던 적도 거의 없다. 다만 단점이라면,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비가 오거나 러시아워 시기에는 차를 잡기가 어렵고, 승차요금이 급등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 필요할 때는 돈을 아끼지 않기에 이에 대해 불만을 갖지는 않는 것 같았다. 이러한 혁신적 서비스 덕분에 그랩은 승차공유업계의 후발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급성장하여 2018년 3월에는 동남아 시장에서 우버를 합병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현재는 동남아를 넘어 더 큰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시도 중이다. 즉, 그랩은 동남아 시장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여, 기존의 승차 서비스 체제를 재편하였고, 그 혁신을 세계에 전파하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독점으로 인한 가격 상승의 불만과 서비스의 질 하락 등이 소비자로부터 제기되고 있긴 하나, 동남아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랩 혹은 다른 경쟁업체가 제공하는 승차공유 플랫폼 그 자체에 대해서는 불만은 갖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이처럼 유럽, 미국, 동남아 등 세계 곳곳에서 인정받고 혁신을 만들고 있는 승차공유 플랫폼을 우리는 왜 아직도 규제하고 있는가? 운송공공성의 명목아래 택시업계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앞서 언급한 그랩을 비롯한 해외의 스타트업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한국의 기업들은 규제와 기득권의 반발에 가로막혀, 성장동력을 잃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돈을 주고 개인 면허를 구매한 택시업계의 고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급진적으로 승차공유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하겠지만, 언제까지나 우리가 택시업계를 위해 기다려 줄 수는 없는 법이다. 혁신에도 시기가 있는 법이다. 기본권 침해와 같은 심각한 위법의 소지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혁신적 플랫폼의 도입은 규제되어서는 안 되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기존체제의 사람들이 새로운 체제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하여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게 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 즉, 기존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플랫폼의 도입을 막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네거티브 규제 정책을 통해 선 활성화 후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때로 지나치게 효율성만을 추구하여, 가진 자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에만 기여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시장경제에서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기득권을 재편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공유경제 플랫폼은 시장의 낭비를 막으며,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여 새로운 일자리와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더욱이 공유주방 사례에서는 저녁 8~12시 휴게소 식당이 문을 닫는 시간을 이용해, 소외계층에게 무료로 주방을 공유하여 저소득층을 지원하였고, 따릉이 등 자전거 공유를 통해 시장경제에서 취약하였던 환경을 위하는 정책도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자유시장경제는 스스로의 자정작용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 자정작용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지나친 정부의 개입이 그 해답이라고는 더더욱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장경제를 보다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과도한 제재보다는 열린 자세에서 규제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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