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기 위한 경쟁

김진경 / 2016-11-10 / 조회: 2,280

 올해 여름, 동네 단골 책방이 사라졌다. 문 앞에‘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작은 종이를 내붙인 지 1주일 만이었다. 만화책을 사 읽던 초등학생이 토익 참고서를 찾는 취업 준비생이 될 때까지 당연하게 자리를 지켜오던 작은 동네 책방은 이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름의 추억이 담겨있던 공간이 없어지고 나니 그제야 동네 서점들이 점차 문을 닫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그렇다면 동네 서점들은 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을까? 그 이유를 한 가지로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이 현상에는 2014년 11월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의 영향이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도서정가제는 책값을 일정비율 이상으로 할인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로 원래의 목적은 규제를 두어 과도한 가격경쟁을 막고 중소서점을 살리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장경제에서 규제는 시장의 왜곡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도서정가제라는 규제의 결과 소비자들은 제일 먼저 비싸진 책값에 책 구매를 꺼려하게 되었다. 원래 책을 구매해서 읽던 사람들도 이제는 될 수 있으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자는 반응을 보이게 된 것이다. 또한 비싸진 새 책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중고 책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늘어났다. 일반 서점과 달리 중고 책 서점은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 그 결과이다. 이에 온라인 서점들은 중고 책 서점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려 하고 있는데 중고 책 서점의 오프라인 매장을 꾸준히 늘려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Yes24가 대표적이다. 이 추세에 출판 시장은 물론 오프라인 서점 시장은 점차 위축되어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동네 서점이 대형서점 사이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게 하려는 원래의 목적도 이루지 못하였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할인율 규제에 따라 모든 서점은 동일하게 고정된 할인율을 갖게 되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서점보다 온라인 서점을 더 많이 찾게 되었는데 이는 온라인 서점에서는 할인카드를 이용하여 실질적으로 더 낮은 가격에 책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규모 동네 서점은 온라인 서점과 대형서점, 그리고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중고 책 서점 사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동네 서점은 지금까지와 같은 모습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이들은 새로운 경쟁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카페형 책방이 그 중 하나이다. 더 이상 책 하나만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여느 카페들처럼 달콤한 음료를 판매하고 잘 꾸며놓은 책방들은 온라인 서점으로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안에서 고객들은 여유롭게 책을 즐기고 이는 책 판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물론 이 방법이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한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카페식 책방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책방 사장님들도 있다. 책방에 오면서도 책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 손님들이 많아 힘들다는 것이다. 동네 소규모 책방의 경우에 이런 손님들이 많아지면 머지않아 문을 닫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 역시 경쟁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판매책을 내놓고 있다. 대형서점의 경우는 이미 서점 내부에 카페를 두는 경우가 흔하며 아예 도서관처럼 꾸며놓아 부담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놓은 서점도 있다. 또한 온라인 서점의 경우에는 오프라인 서점과 같이 특별한 공간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자체 굿즈를 만들어 책을 많이 구매하는 경우 사은품으로 주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동네서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하지만 규제로 위축된 시장 속에서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한 소규모 동네 서점들, 그리고 대형서점들의 새로운 시도는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각 서점의 이익을 위한 경쟁이 모든 소비자들에게 발전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현재 경기불황과 도서정가제로 인한 독서인구 감소 속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소규모서점이 새로운 형태의 경쟁력을 갖고 제 자리를 지켜 오랫동안 동네 책방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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